2002/04/02
<민주노총 단병호위원장 옥중메시지>
…이번 총파업은
노동운동의 운명을 건 한판싸움입니다!....
발전노조 파업이 한 달을 넘기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유례없는 탄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민영화방침은 절대 바꿀 수 없다"면서도 "대화를 통해 조속히 사태를 해결하라"는 앞뒤가 안 맞는 얘기로 강경탄압을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강경탄압 정부 위기의식의 발로
정부는 지금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초국적 자본이 발전소 해외매각을 요구했고, 한국정부가 이를 약속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대통령후보가 확정되면 권력의 중심이 옮겨갈 수밖에 없는 터에 노동자들에게까지 밀리면 끝장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또한 이번 투쟁에서 밀리면 예고된 2차 금융구조조정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가 이번 투쟁에서 이기면 김대중 정권의 반노동자정책을 심판하는 것이고, 신자유주의는 사실상 파탄을 맞게 됩니다.
정부는 여기서 주도권을 잃게 되면 노동시간단축을 빌미로 한 노동유연화 음모도 물거품이 되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겨야 합니다. 노동조건 개악 없는 주5일 근무제 쟁취, 상반기 임단투 승리, 투쟁을 통한 산별노조 건설, 양대 선거를 통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등은 많은 부분 이번 투쟁의 성패에 달려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도 이번 투쟁은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이번 투쟁은 나아가 한국노동운동의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그 동안 발전투쟁에 모든 책임을 다하려 애썼습니다. 이는 발전노조에 큰 힘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전체노동자들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됐습니다. 민주노총은 이제 발전투쟁을 끝까지 책임지고 승리로 이끌어냄으로써 명실공히 한국노동자들의 대표조직으로 확고히 자리잡아야 합니다. 이는 한국에 민주노동운동이 전면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전태일 열사 이후 면면히 이어져 오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을 통해 대중적 운동으로 발전해온 민주노조운동의 승리를 뜻합니다. 즉 노사협조주의, 개량주의, 어용적 노조운동에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입니다.
이번 투쟁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도 이를 현실화하지 못하면 우리 운동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며 되레 위기에 빠짐을 역사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여론은 우리에게 유리합니다. 무엇보다 발전노조가 투쟁전선을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대중적 불신과 분노도 깊습니다. 이미 우리는 계급적 이해, 계급적 투쟁에 복무하기 위한 2.26총파업을 결행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반격의 기치를 높이 들고 노동운동의 새로운 비상을 위해 솟아오를 때입니다.
발전투쟁의 패배는 전체노동운동에 대한 탄압, 주5일근무제를 빌미로 한 전면적 노동조건 개악, 월드컵을 빙자한 폭력적 임단투 탄압을 부를 게 틀림없습니다. 이는 2.26총파업 이후 나타난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의 고소고발, 두산중공업의 징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나 고통스런 것이 될 것입니다. 이번 투쟁을 그들에게만 맡겨두는 것은 우리 스스로 노동자임을 포기하는 것이고, 죄를 짓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번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다시 한번 총파업을 결정했습니다. 사업장마다 조건이 서로 다르고, 결정만으로는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없음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렵고 힘들더라도 반드시 해내야 합니다. 수만명에 이르는 간부·활동가들의 용기와 결단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나아가 간부·활동가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모든 노동자가 떨쳐 일어나야 합니다. 민주노조운동의 명운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총파업 전선을 굳게 세워야 합니다.
2002년 3월 2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단병호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