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편집 2003.04.07(월) 18:18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논란 후끈
신분증 까라고?
당하는 분들 화났다.다 네놈 때문이다. 익명이란 놈 때문에 인신공격,
명예훼손.치사하게 숨지말고 '민증' 확 까자‥
익명에 기대 속풀던 '개털'들 오금이 저리겠다. 괜히 '개털'인감. 앞으론 웬만하면
입닫고 사세요?
정보통신부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추진 방침에 대한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헌법에 규정돼 있는 ‘사생활 및 통신비밀 보호’ 조항을 침해할 소지가
충분한데다,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발상 자체에 네티즌 모두를 잠재적인 범법자로
취급하려는 속뜻이 담겨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통부는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추진 방침을 굽히지 않을 태세다. 인터넷
내용등급제 때처럼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이미
사이버공간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통부 "추진하겠다‥무리없이 될것"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란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마다 실제 이름을
확인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실명 확인 결과는 사이트에 남아, 나중에 글을 올린
사람을 찾을 때 사용된다.
■“역기능 해소 위해 도입 필요”=정통부는 지난 3월28일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인터넷 역기능 해소 방안으로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실명제 도입 취지에 대해 “익명을 악용해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신공격 등을 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통부는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를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먼저 시작한 뒤,
민간분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실명제를 민간분야로 확대할 때에는, 공청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변재일 정통부 차관은 “정통부를 포함한 15개 정부기관 홈페이지에서는 이미
게시판에 글을 올릴 때 실명을 확인받게 하고 있는데, 잘 따르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지적도 있긴 하지만, 무리없이 추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찬성-반대 32%-33% 엇비슷
그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네티즌을 대상으로 인터넷 게시판 실명에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찬성과 반대가 각각 32.3%, 33.4%로 엇비슷했다”며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하는 대신,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게 하되 운영자
이외에는 내용을 볼 수 없게 하는 게시판을 따로 마련해, 내부 제보나 투서 길을
열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실명제를 도입한 정부부처 게시판의 경우, 도입 이후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월부터 실명제를 도입한
정통부의 경우, 도입 이후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이 대폭 줄어들었다.
■“익명권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시민·사회단체들은 위헌 시비까지 제기하며,
정통부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도입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최근 성명을 내어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는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해 감시하는 것이자 검열이고, 국가 권력에 대한 국민의
의사표현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비난했다.
"익명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정책실장은 “익명은 통신 비밀처럼 헌법에서 보장한
국민의 권리”라며 “수사 편의가 국민의 인권보다 중요하게 여겨져 영장 없이도
네티즌의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지금의 우리나라 상황에서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함께 하는 시민행동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을 통해 “올바른 게시판 문화 만들기는, 네티즌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이미 자정 기능이 작동되고 있다”며 “정부가 개입하면 사이버
공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행동은 정통부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추진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실시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일단
시행한 뒤 사회적 합의를 이루겠다는 발상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민행동은 “정통부 방침은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기관 홈페이지를 정책
실험장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라며,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도입을, 스팸메일을
차단하는 것 정도로 취급하고 있는 정부에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약자 입 재갈 물리는 폭력"
5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인터넷국가검열반대를위한공동대책위원회도 최근
성명을 내어 “익명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발언권을 보장해주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는 이들의 입을 막아버리는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얼마전 대통령과 평검사와의 대화 때 보여준 검사들의 무례함을
지적하는 글을 올린 교사가 검찰에 소환되고, 이를 비판한 네티즌도 처벌되는 게
현실”이라며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는 네티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산업대 백욱인 교수는 “소란스럽더라도 익명권을 보장해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장치를 유지하는 게 더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 전문가들도, 정부가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를 추진하거나 법으로 강제하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우 변호사는 “실명 확인을 받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익명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한겨레 편집 2003.04.07(월) 18:14
실명 확인 방식 불법 논란
정보통신부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실시 방침과 관련해, 본인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실명 확인 서비스에 이용하는 행위에 대한 불법 논란이
법조계와 시민단체 일각에서 일고 있다.
이윤우 변호사는 “국민들은 금융회사나 통신서비스업체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실명 확인 서비스에도 이용하라고 동의한 것은
아니다”며 “따라서 지금과 같은 방식의 실명 확인 서비스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 일각 "불법이다"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와 신용정보업체들이 금융회사와 통신업체에서 넘겨받는 신용
불량자와 체납자 개인정보를, 해당 사유가 말소된 이후에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다. 대출금, 신용카드 이용대금, 전화요금 등을 모두
갚아 신용 불량자 명단에서 빠지게 되면 즉시 개인정보를 파기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이창범 팀장은 “특히 신용불량자나 요금
체납자들의 개인정보를 축적해 실명 확인 서비스에 이용하는 것은 개인정보의 부당
이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를 반대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한 점을 들어 정부, 정보통신산업협회, 신용정보업체 등을 상대로
집단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 변호사는 “정통부 홈페이지 게시판에 실명 확인 서비스를 해주고 있는
정보통신산업협회의 경우, 전화요금을 체납한 적이 없는 통신서비스 가입자들의
개인정보까지 수집해 실명 확인 서비스 사업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정책실장은 “정보통신산업협회의 통신서비스 가입자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 정통부 홈페이지 게시판의 실명 확인은, 정부가 불법을
부추기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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